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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소설

공허한 십자가 -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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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나카하라 미치마사는 과거에 알고 지냈던 형사로부터 전 아내 사요코가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나카하라와 사요코는 5년 전에 이혼했고 최근엔 안부조차 주고받지 않고 있었지만 형사는 나카하라를 직접 만나 몇가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사요코는 전날 집 근처에서 칼에 찔려 사망했고, 범인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했다.

 

나카하라는 사요코의 사망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사실 두 사람은 불화때문에 이혼한 것이 아니었다. 8살 된 딸이 강도에게 살해당한 사건으로 큰 상처를 받았고 그 강도에게 사형이 내려지길 바라며 재판에 매달리는 과정에서 심신이 망가져버려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던 것이다. 딸에 이어 아내까지 살해당했다는 비보에 망연자실했지만 나카하라는 손녀와 딸을 연달아 잃은 장인장모님을 위로하기 위해 장례식에 참석하기로 한다.

 

장례식장에서 나카하라는 사요코가 그동안 잡지에 글을 기고하며 살았고 최근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놀랍게도 사요코는 '살인 피해자 가족 모임'에 가입해 살인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상담해주는 일도 하고 있었다. 딸의 사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괴로워 외면하고 있던 자신과 달리 정면으로 마주하고 살아왔던 사요코의 이야기를 듣고 나카하라는 복잡한 기분에 휩싸인다.

 

몇 일 후, 나카하라는 예의 형사를 통해 사요코를 살해한 범인이 자수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범인은 금품을 노리고 사요코를 공격했다고 한다. 하지만 형사는 정황상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그를 범인으로 단정짓기 어렵다고 했다.

범인은 나이가 많은 노인이었는데 장모님의 말씀에 따르면 그의 사위가 사요코의 부모님을 직접 만나 사과를 드리고 싶다고 편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물론 장모님은 그 사위를 만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범인을 사형에 처하고 싶으니 나카하라가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감상]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는 사요코는 유족들의 마음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법제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사형폐지론이라는 이름의 폭력'이라는 글을 썼다. 그리고 딸의 사건 때 범인을 변호했던 변호사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변호사는 사형제도는 없애는 편이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사형제도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각각의 사건에는 각각에 맞는 결말이 있어야 하는데 사형제도는 단 하나의 결론으로 끝나버린다고도 했다.

 

사요코도 사형제도로 해결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형집행은 하나의 절차일 뿐이라는 걸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형제도가 사라져 범인이 계속 살아있다면 '왜 범인은 살아있는가?'라는 의문 속에 유족의 마음이 피폐해져 간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폭력인 것이다. 그래서 사요코는 살인범들이 사형선고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사요코의 부모님이 딸의 살인범에게 사형판결이 내려지길 바란 것도 그런 딸의 유지를 실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카하라는 사요코가 남긴 소지품과 글을 읽고 그녀가 죽기 전 집요하게 매달렸던 일이 무엇인지 찾아낸다. 그리고 그런 나카하라의 노력으로 그녀가 생전에 바랐던 정의도 이루어진다.

그런데 사요코가 과연 그것으로 다 되었다며 만족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딸을 잃었던 그녀이기에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때까지 싸움을 이어갔을 것만 같다. 그리고 그랬을 경우 범인의 가족들은 몹시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을지도 모른다. 범인이 유족이었으니까.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그 주제가 너무 버겁고, 결말도 찜찜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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