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소설

이야기의 끝 - 미나토 가나에

반응형

산간 시골에서 태어난 에미. 부모는 빵집 일로 둘 다 바쁜 데다 에미 본인은 수학여행 전날 열이 나서 좁은 마을에서 한 번도 나가지 못한 채 평생을 보냈다. 그러나 상상력이 풍부한 에미는 친구를 통해 추리 소설을 만난 후로 직접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 작품이 한참 지난 뒤 작가 마쓰키 류세이의 눈에 들어 제자로 삼을 테니 도쿄로 오라는, 꿈같은 전기를 맞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에미에게는 약혼자가 있었고 부모도 에미가 작가가 되기 보다 약혼자와 결혼해 가업을 잇길 바란다. 일단 작가의 꿈을 포기하는 에미. 그러나 마음을 버리지 못해 상경하려고 몰래 역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곳에는 에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약혼자가 있었다...

- 하늘 저편 -




총 8개의 단편이 꼬리를 물듯 이어진다.

첫 번째 단편 <하늘 저편>은 미완성 단편으로, 홋카이도를 찾은 등장인물들이 우연히 이 단편을 읽고 각자 그 결말을 생각해 본다는 흐름이다. 진짜(?) 결말은 가장 마지막 단편에 나온다.

그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에미가 되기도 하고 약혼자가 되기도 하고 부모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에미처럼 재능이 있지만 꿈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사진 작가 지망생은 에미에게 감정 이입되면서도 그녀에게 열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꿈을 위해 멀리 떠나겠다는 딸을 둔 아버지는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하다 에미의 앞날을 막으려는 약혼자를 야단칠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당신이라면 어떤 결말로 하시겠습니까?"

책 표지 뒤에 작가 분이 이렇게 적어놨는데 솔직히 모두가 행복한 결말에 이르기는 어렵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미는 약혼자에게 3년만 기다려 달라고 했고 약혼자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무작정 그녀의 앞길을 막으려고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도쿄행을 반대한 가장 큰 이유는 마쓰키 류세이라는 작가가 여자 문제가 복잡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글이 재밌기는 했지만 돈을 내고 구입할 정도의 글은 아니라는 생각도 있었다. 즉, 그녀가 이중으로 상처를 받을까 우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말로 보건대, 약혼자도 에미도 어느 정도는 후회를 남기지 않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하늘 저편>을 처음 유포(?)시킨 사람은 그 결말까지는 몰랐던 듯 하다. 어찌됐든 모두 나름의 결말을 안고 돌아간다.



책 뒤에 "추리소설의 여왕 미나토 가나에가 순한 맛으로 돌아왔다"라고 적혀 있는데 나 역시 미나토 가나에=추리 작가라는 선입견이 있어 조금 놀랐다. 이야기 구성 방식도 독특했고 내용도 잔잔하면서도 재밌었다.

따뜻한 날씨의 홋카이도가 궁금해지기도 하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