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용]
뮌헨 경찰서의 여형사 자비네 네메즈는 최근 어머니를 잃었다. 납치 살인이었다. 범인은 어머니를 납치한 후 아버지에게 전화해 "48시간 내에 납치 이유를 알아내지 못하면 그녀를 죽이겠다"고 했고 아버지가 답을 찾지 못하자 정말 죽인 것이었다. 사인은 잉크 2리터에 의한 익사였다.
용의자는 5명으로 압축되었다. 자비네의 아버지도 용의선상에 올랐다. 자비네의 부모님은 몇 년 전에 이혼했는데 아버지의 집에서 살해에 사용된 잉크가 나왔던 것이다. 잉크는 범인이 아버지에게 보낸 것이었지만 경찰은 아버지를 의심했고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귀가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비네는 희생자와 잠재적 용의자의 가족이기때문에 사건에 접근할 수 없게 되었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헬렌 베르거라는 심리치료사가 누군가로부터 잘린 손가락 하나를 받았다. 손가락을 보낸 사람은 전화로 헬렌에게 자신이 "납치한 사람이 누구인지 48시간 내에 알아내지 못하면 그 사람을 죽이겠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손가락의 주인은 헬렌이 아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헬렌을 더 잘 안다고 했다.
자비네는 지인을 통해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두 어 건 더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희생자들은 모두 여자였고 그들은 납치된 지 48시간 후에 교회 혹은 성당에서 발견되었다고 했다. 단지 살해방식은 제각각이었는데 자비네가 생각하기에 이 일련의 사건들은 <더벅머리 페터>라는 동화의 내용을 따르고 있었다.
자비네는 자신의 생각을 비스바덴 범죄수사국에서 나온 마르틴 S. 슈나이더라는 프로파일러에게 전했고 슈나이더는 이 사건을 자비네와 함께 풀어가기로 했다.
[더벅머리 페터]
독일 정신과 의사 하인리히 호프만이 1844년에 쓴 3~6세 아동을 위한 동화책이다. 호프만은 세 살짜리 아들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그림책을 사러 돌아다니다가 마땅한 것을 찾을 수 없어 자신이 직접 그림책을 그렸다. 머리와 손톱, 발톱 깎는 것을 싫어하는 소년 페터가 무서운 벌을 받는 장면을 통해 생활범절과 몸가짐을 가르치는 교육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출간 15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전 세계에 번역 출간되어 2,500만 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고전 동화가 되었다. 그러나 교육에 공포심을 이용한 그림과 서술 방식이 아동 심리 발달에 역기능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호프만은 1845년 초판을 익명으로 출간했고, 1500부 한정판으로 인쇄했다.)
[감상]
범인은 자신이 보기에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되어지는 사람들을 납치해 잔인하게 살해했다. 그런데 그 죄책감을 피해자들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전가시켰다. 48시간 안에 문제에 답을 못 맞힌 '너'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범인이 이런 행동을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어릴 적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로 벌을 받아야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벌은 더 심해졌는데 정작 잘못한 사람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오히려 그 사람이 잘못을 할수록 그에게 돌아오는 벌만 더 심해졌다. 벌을 받기 전 그는 항상 질문을 받았다. 그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뿐이었다. 그럼에도 대답을 못하면 여지없이 가혹한 벌을 받았다.
<더벅머리 페터>의 내용을 따라한 것으로 보건대 범인에게 인질들은 교육의 대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자신처럼 무고한(?) 사람들의 인생까지 망가지길 바랐던 것 같다.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범인 이상으로 재수없는 인간이 잘린 손가락의 주인이었다. 헬렌 베르거는 그 모든 사실을 알고도 그 사람의 목숨부터 구하고 보자고 생각해 자신의 목숨까지 걸었다. 헬렌 베르거가 본인이 생각한 것처럼 '멍청한 여자'가 아니고 자신보다 훨씬 나은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부디 깨달았길 바란다.
안드레아스 그루버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슈나이더라는 프로파일러의 시리즈물인 듯 하다. 슈나이더는 경찰 안에서도 마리화나를 피우는데다 상당히 안하무인이라 악명이 높은 인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그 역시 혼자 일하길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아픈 가정사를 가지고 있는데 그때문에 꾸준하게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지금까지 400번 가까이 저질렀지만 한 번도 들키지 않았다.
독특한 인물이라 흥미가 생긴다. 다른 시리즈물도 읽어봐야겠다.
'독서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인 카드 게임 - 제임스 패터슨 (0) | 2021.10.15 |
---|---|
일인칭 단수 - 무라카미 하루키 (0) | 2021.10.10 |
라이프 오어 데스 - 마이클 로보텀 (스포 있음) (0) | 2021.09.25 |
갈레 씨, 홀로 죽다 - 조르주 심농 (0) | 2021.09.19 |
죽음을 선택한 남자 - 데이비드 발다치 (0) | 2021.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