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용]
한 부부가 살해되었다. 남편은 두개골이 함몰되었고, 부인은 강간을 당한 뒤 불에 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경찰은 오기 쇼라는 남성을 체포했다. 오기는 그 집에 임시로 고용된 인부였는데 사건현장에서 그의 지문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손에 화상을 입은 흔적까지 있었다.
하지만 오기는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었다. 오히려 부부를 구하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경찰 입장에서는 정신병력이 있는 오기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경찰은 조 올로클린 교수에게 오기를 만나줄 것을 부탁했다. 조는 과거에 경찰을 도와 몇 건의 사건을 해결한 적이 있는 임상심리학자이자 프로파일러다. 하지만 그 댓가도 톡톡히 치러야했는데 범인이 그의 가족들의 목숨까지 위협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현재 아내와 별거 중인 조는 또 사건에 휘말리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지만 일단 오기를 만나보기로 했다.
오기를 만나기 전 조는 전후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경찰들과 함께 사건 현장이 된 집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그런데 경찰이 조에게 말하길, 그 집은 원래 3년 전에 실종된 어느 소녀의 집이었다는 것이었다. 일명 '빙엄 소녀 실종 사건'. 어느 날 갑자기 두 소녀가 사라졌고 대대적인 수색 작전이 펼쳐졌지만 끝내 찾지 못 한 채 흐지부지 되어버린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그 집의 새 주인이 된 부부가 살해된 것이었다.
오기는 조에게도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다. 단지, 도로에서 어떤 여자 한 명을 차로 친 것 같은데 시신은 찾지 못했다는 고백을 했다.
실제로 그즈음 경찰은 호수에서 신원미상의 한 여성의 시신을 발견한 참이었다. 시신이 꽁꽁 얼어 있어서 몇일이 지난 뒤에야 부검을 할 수 있었는데 조의 요청으로 치과 기록을 대조해 본 결과, 3년 전 실종된 소녀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시신은 부검의마저 놀랄만큼 참담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다른 소녀가 여전히 어딘가에 감금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이제 경찰은 3건의 살인 사건과 한 건의 실종 사건을 해결해야만 했다.
[감상]
범인은 열등감에 찌든 변태였다. 그런데 범인만큼이나 어이없는 인간들이 더 있었다.
사망한 소녀의 오빠는 경찰들이 주고받는 몇 마디를 듣고 오기 쇼를 범인으로 생각했다. 그리고는 삼촌과 함께 주민들을 선동해 오기 쇼에게 위협을 가했고 결국 죽음으로 몰았다. 어이없는 건 그 오빠란 사람이 마약상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경찰에 잡힐 때마다 사라진 동생을 들먹이며 동정을 호소하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경찰이 그에게 오기 쇼를 겁박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죄를 물으려하자 기자들까지 동원해 명예훼손을 부르짖었다. 결국 오기 쇼의 집에 화염병을 던져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이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두 소녀 중 한 명은 납치되기 전 몇몇 남자들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 그들은 그걸 촬영까지 했다. 죄책감은 거의 없었다. 그녀의 자업자득이라는 식이었다.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여럿 모이면 이런 힘이 생겨난다. 개개인의 책임감이 줄어드는 순간 상황은 무리에게 지배당하게 된다.
"어떻게"와 "어째서"에 상관없이 심리학은 변함이 없다. 군중은 익명성을 제공해준다. 개개인의 책임은 걷어내고 자아감을 파괴시켜버린다. 그들은 공동의 적에 맞서 연합한다.
일곱 명의 남자는 십대 소녀를 이곳으로 끌고 와 강제로 붙잡아두고 폭행했다. 개별적으로 꿈도 못 꿀 악행을 집단적으로 저지른 것이다. 젖은 수건으로 그녀를 후려치고, 추기 싫다는 춤을 억지로 시켰다.
그들을 전혀 다른 상황에서 개별적으로 만나보면 또 다른 느낌일 것이다. 선하고 성실하고 법을 준수하는 모범 시민. 자녀를 끔찍이 사랑하는 아버지들. 아내에게 충실한 남편들.
개인적으로, 범인만큼이나 이런 사람들이 무섭게 느껴졌다.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느끼고, 다수에 숨어 무서운 칼을 휘두르는 사람들.
마이클 로보텀 작가의 책은 이번으로 네 번째인데 너무 무섭고 우울해서 더는 읽지 않을 것 같다. 재미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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