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용]
후카가와 모토마치의 오캇피키이자, 문고(文庫)상 주인인 센키치 대장이 복어 독에 중독되어 사망했다. 향년 46세였다. 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문고상과 오캇피키 자리가 어느 수하에게 돌아가게 될 지 관심이 모아졌는데 문고상은 그간 센키치를 대신해 가게 일을 맡아 온 최고참 수하 만사쿠와 그의 아내 오타마에게 돌아갈 것이 확실시되었다.
문제는 오캇피키 자리였다. 그런데 도신 사와이 렌타로가 센키치의 수하 중 누구에게도 오캇피키 자리를 내 줄 생각이 없다고 선언하고는 센키치의 짓테(길이 50cm정도의 쇠막대)를 반납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센키치가 생전에 이미 수하 중 누구에게도 오캇피키 자리를 물려줄 생각이 없다고 밝혔고 증서까지 써 두었다는 것이었다.
수하들은 자신들이 대장에게 그 정도의 존재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씁쓸해하며 센키치 대장의 부인 마쓰바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고 각자의 길을 떠났다. 사실 마쓰바 부인은 앞을 보지 못했기에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생활이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만사쿠와 오타마까지도 가게를 물려받아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은혜를 갚는거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마쓰바와 거리를 두려 했다. 게다가 그들은 막내 수하이자 문고상에서 일손을 돕고 있던 기타이치마저 내쫓으려 했다.
이에 사와이 렌타로는 두 사람에게 가게를 물려받는대신 마쓰바 부인에게 간판료를 지급하라고 했고 기타이치도 계속 데리고 있도록 지시했다.
기타이치는 비록 오캇피키도 되지 못 했고, 가게에도 더부살이처럼 얹혀 지내는 신세가 되었지만 어린 자기를 거두어준 센키치 대장에 대한 은혜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마쓰바 부인이 거처하는 곳에도 자주 들러 집안 일을 거들어주기도 하고 이야기 상대도 되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타이치는 한 목재상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저주의 후쿠와라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원래 후쿠와라이란 눈코입이 없는 종이가면에 눈가리개를 한 사람이 눈, 코, 입이 그려진 종잇조각을 하나하나 놓아 나가 재밌는 얼굴 모양을 만드는 것을 보며 웃고 즐기는 정월 민속놀이이다.
그런데 이 저주 받은 후쿠와라이 가면은 가지고 놀면 어김없이 재앙이 내렸다. 그래서 목재상에서는 그 가면을 버리지는 않고(버리면 더 큰 재앙이 내릴까봐) 집안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있었는데 집안 아이가 모르고 그 가면을 가지고 놀이를 한 것이다. 그 날 이후 당사자인 아이는 물론 다른 가족들까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어떤 약을 써도 증상은 악화만 되었다.
[감상]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새로운 시대물이 등장한 듯 싶다.
사실 처음에는 오랜만에 유미노스케 시리즈가 나온 것은 아닐까 기대했었다. 절세 미소년이지만 아직은 오줌싸개인 유미노스케가 명석한 머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꽤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기대는 어긋났다.
이번 주인공은 16살의 '기타이치'와 '마쓰바 부인'이다. 그리고 기타이치를 도와 사건을 함께 해결해 갈 '기타지', 관리인 '도미칸', 요닌 '오우미 신베에'가 비중있는 조역(?)으로 등장한다.
기타이치에게 기지가 있다면 마쓰바 부인에게는 혜안이 있고, 기타지는 장정 몇 쯤은 쓰러뜨릴 수 있는 힘이 있다. 도미칸은 넓은 발이 있고 오우미 신베에는 만능 재주꾼이다. 이 정도면 해결하지 못 할 사건이 없어보인다. 그래서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좋은 사람 옆에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게를 물려받아 종업원을 고용한다고 유난을 떨면서 정작 기타이치만은 내쫓지 못 해 안달인 오타마가 열받는 장면이 제일 통쾌했던 것 같다.
다음 번 책에서는 기타이치가 어엿한 상인으로 자리잡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그나저나 정말 유미노스케는요? 나도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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