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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세이

적당히 가까운 사이 - 댄싱스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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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왜 나에게서 멀어졌을까? 왜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을까?" 정답도 없고 무익한 물음에 답을 찾으려고 애쓰던 때가 있었다. 돌아보니 이미 떠난 마음을 붙들려 하던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구나 싶다.

'오면 오는구나, 가면 가는구나' 하는 자세로 인간관계에 임하라는 조언도 있다. 자연스레 우러나와서 그럴 수 있다면야 정신건강에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도인들에게나 가능한 이야기.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그 조언을 잘못 받아들였다가는 자칫 '다 필요없어! 인생은 어차피 혼자야'라고 생각하는 염세주의나 허무주의로 흐르기 쉽다.

오고 가는 인연에 전혀 연연하지 않고 쿨하게 대처하겠다는 마음가짐은 모든 관계를 완전하게 제어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혼자가 되고 말겠다는 회피에서 비롯한 것일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조차 확신하지 못하면서 남의 마음을 넘겨짚거나 상상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곤 한다. 내 마음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타인의 마음을 파악하거나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되는 걸까.

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이다. 남의 마음에 신경을 쏟기보다는 나를 먼저 돌보자. 마음대로 안 되는 일에는 마음 가는 대로.

[감상]

쿨한 성격은 아니지만 매달리는 쪽도 아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언젠가 갑자기 달라진 친구의 태도때문에 섭섭해하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원인은 그 친구의 '우선순위'가 달라진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우선순위를 존중하고 배려할 필요가 있었다. 이후 나는 인간관계가 예전같지 않다고 느껴지면 상대에게 중요한 무언가가 생겼고 나보다는 그 중요한 일이나 사람에게 시간을 쓰고 싶어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의 인생에서 친구가 차지하는 비중이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 영원히 함께일 거라는 생각은 착각일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 영원히 연락하며 지낼 거라는 생각은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 영원히 지금과 같은 관계로 함께일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 맞다.

또 다른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한국사회에서 그렇게 강조하는 것만큼 중요하지는 않다는 거예요.

언뜻 냉소적으로 보일 수 있는 글들이지만 살아보니 틀린 말들이 아니었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함이 외로움보다 더 크면 차라리 외로울지언정 혼자 지내는 시간을 택하자고 생각한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게 훨씬 시간을 쓸모있게 쓰는 방법인 것 같기 때문이다.

작가는 관계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아마도 나역시 그런 상황이라 공감가는 글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인간관계에 치이는 요즘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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