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소설

사신의 7일 - 이사카 고타로

반응형

 

 


[내용]

 

야마노베 료는 일 년 전에 딸 나쓰미를 잃었다.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사라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숨진 채 발견되었다. 체내에서 독성 물질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사인은 약물 투여로 인한 호흡 곤란으로 추정되었다.

 

나쓰미의 살해범으로 지목된 사람은 혼조 다카시라는 남성이었다. 목격자 증언과 CCTV 영상으로 보건대 사건 당일 나쓰미와 함께 있던 남자는 분명 혼조였다. 그러나 재판 중에 목격자가 증언을 바꾸고 그에게 유리한 영상이 증거로 제시되면서 혼조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실 야마노베 부부는 혼조가 범인이라는 걸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그가 나쓰미를 죽이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서 그들에게 보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영상은 다시 보기를 누르는 동시에 자동으로 삭제되는 파일이었기에 증거로 쓰지 못 했다. 부부는 그때부터 혼조가 무죄로 풀려날 만을 기다렸다. 그들 손으로 직접 그를 처벌할 생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치바라는 남자가 야마노베 부부를 찾아왔다. 그는 야마노베의 유치원 동기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자신의 동생도 혼조에게 당했기때문에 복수하고 싶다고 했다. 어딘가 미심쩍은 구석이 많은 남자였지만 부부는 혼조를 없애기 위해 그와 행동을 같이 하기로 했다.

 

[감상]

 

 

치바는 사신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접근하여 일주일 정도 관찰한 후 상부에 '가'라고 보고하면 다음 날 그 사람은 사망하게 되고 '보류'라고 올리면 죽음은 연기된다.

 

그는 음악을 아주 좋아하며 성실하다. 벌써 천 년을 사신 일을 하고 있는데 대충 관찰하고 '가'라고 보고하는 일부 사신들과는 달리 사람들과 함께 행동하며 꼼꼼하게 관찰한 뒤에 보고를 올린다. 그런만큼 몸고생을 꽤 하는데 이번에도 만만치 않은 귀찮은 일에 휘말린다.

 

미국 사람 스물 다섯 명 중 한 명은 양심을 갖고 있지 않다.
권위 있는 사람이 명령을 내리면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반 이상이 그 명령을 따르고 또 명령을 거부한 사람은 죄의식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스물 다섯 명 중 한 명이 사이코패스라고 쳐요. 나머지는 스물 네 명이죠. 그런데 그 중 6할은 '명령을 받으면 복종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인거죠. 계산하면 열 네 명이죠. 사이코패스까지 더하면 15대 10. 이 시점에서 10은 열세예요. 따라서 열세인 쪽 사람들이 공포나 불안감 때문에 저쪽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죠. 반수가 그렇게 한다면 20대 5가 돼요.

 

위의 이야기는 '밀그램 실험'에 대한 설명이다. 본문에 나오는 혼조 다카시는 스물 다섯 명 중 한 명에 해당하는 인물로,  야마노베를 괴롭히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다 하는 인물이다. 딱히 야마노베에게 원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그리고 그를 괴롭히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복종하게 만든다. 그들 역시 혼조때문에 위험에 처하지만 혼조의 말을 거역할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혼조도 치바만은 어쩌지 못 한다. 그리고 치바와 함께 행동하는 이상 야마노베 부부를 괴롭히는 것도 쉽지 않다. 사실 치바는 야마노베 료를 수월하게 관찰하고 싶어서 조금 도와주고 있을 뿐인데 그 탓에 혼조가 애를 먹는 것이다.

 

<사신의 7일>은 2014년 즈음에 나온 책인데 그보다 훨씬 전에 나온 <사신 치바>의 후속작이다. <사신 치바>와는 달리 장편이라 살짝 지루할 때도 있는데 치바의 행동이나 말때문에 폭소가 터질 때도 많다.  

 

치바는 인간들의 심리를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 하고 애당초 관심도 없기 때문에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해서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긴박한 상황에서 음악을 찾고 조심성이 없어 민폐도 끼치지만 본인은 그런 자각이 없다.

 

이사카 고타로 작가의 작품을 읽다보면 때때로 심각한 상황을 묘하게 코믹한 분위기로 이끌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데 치바가 딱 그런 캐릭터다. 야마노베 부부가 비로소 웃음을 찾게 된 것도 치바 덕분이다. 물론 치바는 의식하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인간에 대한 이해부족이 상대를 무장해제시키는 것이다.

 

오랜만에 다시 읽은 책인데 정말 많이 웃었다. 죽음과 사이코패스라는, 웃음과는 거리가 먼 소재인데 어딘가 밝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다음번 사신 치바 시리즈가 기다려진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