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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이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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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페니는 지금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입사 면접 시험을 앞두고 꿈과 백화점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닥치는대로 머리에 입력하고 있는 중이다. 가장 인기 있는 꿈은 무엇인지, 그 제작자는 누구인지, 또 24시간 체제인 백화점에 시간대별로 어떤 손님들이 방문하는지 등 면접 중에 나올 만한 것은 모두 외워둘 작정이었다.

페니는 꼭 면접에 통과해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직원이 되고 싶었다. 단순히 높은 연봉과 훌륭한 복지 수준때문만은 아니었다. 달러구트 백화점은 사람들에게 수면과 관련된 물건을 팔아 성장해 온 이 도시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었고 무엇보다 사장인 달러구트씨가 이 도시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가문의 후손이었기때문에 그 밑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페니의 친구 아쌈은 자신이 아는 한 달러구트씨는 그런 상식적인 이야기들은 묻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꿈에 관해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그리고는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이야기>라는 제목의 자그마한 책을 내밀며 혹시 모르니 그 책을 꼼꼼히 읽어보라고 했다.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이야기>는 달러구트씨의 조상이 등장하는 책으로, 이 도시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책이었다.

페니는 친구의 조언대로 책을 여러 번 읽고 면접에 들어갔고 덕분에 입사에 성공했다.

[감상]


위의 이야기는 책의 도입부로, 페니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입사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이후에는 다양한 꿈과 꿈의 제작자들, 그 꿈을 소비하는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엔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페니나 그의 동료들, 그리고 손님과의 관계가 상당히 모호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대충 파악하기로는,

일단 페니가 사는 도시는 지구의 어느 한 도시가 아닌 듯 하다. 그리고 외부인들은 잠이 든 상태여야만 이 도시에 들어올 수 있는데 잠에서 깨면 이 도시든 백화점이든 다 잊어버리는 듯 하다. 잠이 들어야만 방문할 수 있으므로 시간대에 따라 방문 손님들의 국적도 달라질 수 밖에 없고 가끔은 예약을 해놓고 그 시간에 잠을 자지 않아 나타나지 않는 고객도 있다. (후에 '노쇼'에 관한 문제를 놓고 제작자와 판매자들이 진지한 토론을 하기도 한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꿈을 판매하면서 후불제로 요금을 받는다. "자고 일어나서 느끼는 감정을 조금 나누어주면 되는 것이다". 그 감정은 증권시장의 상품처럼 거래도 되는데 "'성취감'과 '자신감'이 15% 오른 새로운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도시에 화폐가 없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소고기 햄버거 세트가 1고든인데 성취감 한 병이 200고든까지 치솟다니! 작년에 사재기 해뒀으면 지금 시원하게 퇴사하는 건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 해의 꿈을 시상하는 시상식도 연다. 얼핏 좋은 꿈만 만들고 판매할 것 같지만 사람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즉 트라우마와 관련된 꿈도 새롭게 개발해서 판매하기도 한다.

읽는 동안 자꾸 외국 동화를 읽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마도 배경이 우리나라가 아닌데다 산타클로스까지 등장해서 그런 듯 하다.

최근에 전천당이나 십년가게같은 판타지가 들어간 소설을 몇 편 읽고나서 기분이 좋아지곤 했는데 이 책 역시 마음이 환해지고 상쾌해지는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만약 꿈을 살 수 있다면 활동적인 내용보다는 잔잔하고 예쁜 꿈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일어나면 '흐뭇함'을 값으로 낼 수 있게 말이다. 재밌고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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