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3년에 5살의 나이로 왕의 자리를 물려받은 루이 14세는 수석대신 마자랭의 섭정을 받다가 마자랭의 사망 후 1661년에 친정을 시작했다. <베르사유> 1시즌은 루이 14세가 친정을 시작한 이후 베르사유 궁전 건립과 전쟁에 몰입하는 과정을, 2시즌은 이에 더해 1677년에서 1682년에 있었던 살인 스캔들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는 총 3시즌 방송했는데 Variety지에 따르면 4시즌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역사 드라마를 볼 때마다 가장 궁금한 것은 얼마나 역사적 사실을 반영하고 있느냐이다. 나는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이 실제 인물들인지가 궁금했는데 잠깐 검색을 해 보니 루이 14세의 주변 인물들 중 왕실 사람들은 대부분 실존 인물이었다. 다음은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지고 본 인물들이다.
[필립 1세 도를레앙 공작]

루이 14세의 동생 필립 1세는 실제로도 동성연애자였고 드라마에서처럼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결혼을 두 번 했는데 두 아내 모두 그의 성정체성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그가 로레인이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은 1658년 즈음이고 첫 번째 아내 헨리에타와 결혼한 것은 1661년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편했던 것도 아니라서, 특히 그의 첫 번째 아내 헨리에타는 남편의 노골적인 행동때문에 많이 힘들어 했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는 루이 14세가 헨리에타를 자신의 정부로 두기 위해 동생과 결혼을 시킨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도 그녀와 루이 14세는 밀회를 즐겼다고 한다.
드라마 상에서는 헨리에타와 필립 1세 사이에 자녀가 없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자녀도 여러 명 낳았다고 한다.
[슈발리에 드 로레인 필립]

필립 1세의 동성애는 1시즌 1회에서 로레인과의 정사 장면으로 드러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필립 1세보다 세 살 연하인 로레인은 상당한 미남자였고, 필립 1세는 부인 헨리에타에게 로레인의 허락 없이는 그녀를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그를 아꼈다고 한다. 하지만 로레인은 그다지 착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드라마에서 로레인은 필립 1세의 돈을 도박으로 날려버리기도 하고 살롱에서 약을 팔기도 하는 등 제멋대로에다 상당히 이기적인 인물로 등장하는데 위키피디아에서도 로레인은 인정사정 없고, 잔혹하고,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인물이라고 적고 있다. 헨리에타가 갑자기 사망했을 때는 그가 그녀를 독살시킨 것은 아닐까 라는 의심도 있었다고 한다. (부검결과 복막염이었다고 한다)
[마리 테레즈 Maria Theresa of Spain]

드라마 1시즌 1회는 상당히 충격적인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왕비인 마리 테레즈가 흑인 딸아이를 낳은 것이다. 드라마에서 왕비는 항상 흑인 난장이를 옆에 데리고 있는데 궁정에서 흑인은 그 난장이 한 명 뿐이므로 아이의 아버지라는 추측이 가능했다. 결국 흑인 난장이는 죽음을 면치 못하고, 딸아이는 수녀원으로 보내진다. 사실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전해내려온 왕실 스캔들 중 하나로 정확하게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일설에 따르면 루이스 마리 테레즈(Louise Marie-Thérèse)라는 흑인 수녀님이 마리 테레즈 왕비의 친딸이라는 소문이 있었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는 수녀님 역시 자신에게 왕실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적혀있다.
[몽테스팡 후작 부인]

몽테스팡 부인은 루이 14세가 오랫동안 사랑한 정부이다. 드라마에서 몽테스팡 부인과 루이 14세의 관계를 보는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은데 두 사람 모두 배우자가 있음에도 공공연하게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데다 몽테스팡 부인이 루이 14세의 판단력을 흐트려 놓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도 한 명 태어나는데 천연두로 사망하고 만다. 몽테스팡 부인은 2시즌 마지막 회에서 마음이 떠난 왕을 독살하려다가 들통이 나 처벌을 받게 되는데, 그 처벌이란 궁에 머물면서 아무런 관심도, 주목도 받지 못 하는 여인으로 전락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독살시도를 부인하고 처벌을 내릴거라면 차라리 사형을 시켜달라고 애원한다)
실제로 두 사람 사이에는 7명의 아이들이 있었고 몽테스팡 부인은 진짜 "프랑스의 왕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루이 14세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가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독살 스캔들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1667년에서 1682년 사이에 다수의 귀족들이 연루된 독살사건(Affair of the Poisons)으로, 약 36명의 관련자들이 사형을 당했다고 한다. 드라마에는 그 독살사건의 중심에 있는 아가트 부인이라는 포춘텔러가 등장하는데 실제로 당시에 Catherine Deshayes Monvoisin라는 포춘텔러가 있었고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그녀는 배우자나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을 독살하려는 사람들에게 독을 제공하는 포춘텔러 조직의 수장이었다고 한다.
아가트 부인과 함께 일하는 에티엔 기부르라는 신부도 실존 인물이다.
[기타]


클레르몽 부인은 딸 소피를 루이 14세의 눈에 들게 하려고 하는 가짜 귀족이고, 파비앙은 루이 14세의 경호대장이다. 소피와 카셀 공작은 루이 14세의 명으로 혼인을 하여 부부가 되는데 성적 학대에 못 이겨 소피는 남편을 독살하기로 마음먹는다. 이 네 사람은 허구의 캐릭터이지만 당시의 시대상황을 상징하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루이 14세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는 드라마였다고 생각한다.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은 아니더라도 역사 속 사건들을 흥미롭게 풀어나가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단지 쓸데없이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장면은 보기 불편했다. (굳이 배우들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을 넣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역사 드라마가 좋은 점은 역사에 흥미를 느끼게 해 준다는 것이고, 좋지 않은 점은 흥미를 위해 사실을 왜곡한다는 점인데, <베르사유> 역시 사실과 소문을 적절히 섞어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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