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 습관적으로 서랍을 정리한다. 귀찮아서 대충 서랍에 넣어놓았던 것들을 모두 꺼내놓고 버릴 것과 간직할 것을 나누는데 가끔 의외의 물건이 나올 때가 있다.
오늘은 서랍을 정리하다 노란 서류 봉투 안에 들어 있는 소책자를 발견했다. 책은 94년도 일본 배구 잡지 부록으로, 각국의 스타플레이어들을 소개한 책이었다. 잠시 서랍정리를 멈추고 한 장 한 장 넘겨보니 의외로 기억나는 얼굴들이 많았다.
책자의 앞표지 사진은 일본 여자 대표 선수 야마우치 미카였다. 1969년 생인 그녀는 아키타현 출신으로, 네덜란드계 혼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아무리 찾아도 그녀의 부모님과 관련된 글을 찾을 수가 없어 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겠다). 당시 여자팀 주장이었던 오바야시 모토코와 함께 가장 인기가 많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브라질의 지오바니 가비오 선수는 실물로도 본 적이 있다. 워낙 핸섬한 외모라서 경기가 끝난 후에 우리나라 배구 팬들이 그를 에워쌌는데, 나도 사진 하나 찍어둔 게 있다. 사람들 때문에 꽤 피곤했던건지 무뚝뚝한 표정으로 앞만 보고 가던 모습이 기억난다.
중국의 쑨 유에 선수는 눈이 너무 예뻐서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185센티의 장신인데 얼굴이 너무 청초해서 인기가 많았다. 경기를 본 적이 없는데도 그녀의 이름이 계속 기억에 남은 건 역시 예쁜 눈 때문인 듯 하다.
인터넷에서 여러 사진을 검색해봤지만 이 사진만큼 청순하게 나온 사진은 없는 것 같다. 책의 접힘 부분이 좀 아쉽다.
세 선수에게는 좀 죄송한 이야기지만 그들의 플레이는 기억나지 않는다. 외모만 기억한다. 특히 야마우치 선수나 쑨 선수는 착해보이는 얼굴때문에 좋아했다.
쑨유에 선수의 최근 사진은 보기가 힘들다. 은퇴한 후의 사진이 몇 장 있긴 한데 10년도 더 된 사진이다. 야마우치 선수는 오바야시 선수와 함께 찍은 사진을 찾았는데 못 알아볼 뻔 했다. 어딘가 달라진 듯한 느낌. 지오바니 선수는 2016년도의 사진을 보니 살이 좀 찌셨다.
얼마 전 한 잡지에서 신진식 선수와 김세진 선수를 함께 취재한 기사를 잠깐 본 적이 있다. 얼굴에서는 살짝 세월이 느껴졌지만 체형은 현역시절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관리를 하신 모양이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즐거웠다.
'일상 >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어 외국어 표기 예 (0) | 2020.12.30 |
---|---|
다국어 단어게임 워드스페이스 (0) | 2020.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