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세이

2인조: 우리는 누구나 날 때부터 2인조다 - 이석원

slow slow 2021. 8. 26.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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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2017년에 오랫동안 해오던 음악을 그만두고 얼마 뒤, 원인 미상으로 근 일 년을 걷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 꾸준한 재활을 통해 조금씩 회복하는 듯했으나 이번에는 이듬해 연말에 새 책을 내면서 다시 커다란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누가 내 이름만 불러도 불안해 죽을 것만 같았고 소화 기능이 멎어버린 듯한 위는 한 달을 죽만 먹어도 낫지를 않는 것이었다. 나는 이번에야말로 심각한 몸의 이상을 확신하며 정밀 종합검진을 받았으나 결과는 발이 그랬던 것처럼 역시나 이상 무.
이십오 년만에 다시 마음의 치료를 하러 병원에 다녀온 뒤로, 난 나를 구원할 것은 단순히 의사와 약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내 삶 전반을 돌아보고 고치고 정리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내내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저 한 개인의 비과학적 추정 따위가 아닌, 길고 꼼꼼한 의학적 탐색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생의 반환점을 넘긴 한 사람이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다가올 남은 생을 도모하기 위해 써내려간, 한 해 동안의 기록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감상]

어릴 적 나는 타인과의 관계때문에 늘 고민이 많았다. 그리고 가능하면 상대에게 맞춰주는 것만이 그 관계를 오래 지속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엔 나 자신과 잘 지내는 법, 즉 혼자 잘 지내는 법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환경적인 원인도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홀로 잘 지내야 타인과의 관계도 건전(?)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는 '생활지침'이라는 것을 작성해서 가지고 다닌다. 그리고 그 첫 번째가 바로 '내 앞가림은 스스로 알아서 하자'인데 이 앞가림에는 경제적인 것 뿐만 아니라 정신적, 감정적인 것도 혼자서 해결하자는 뜻도 담겨있다. 누군가를 내 감정 쓰레기통으로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2인조>를 읽으면서 작가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불특정 다수에게 평가를 받는 입장에 있다는 점에서 그 고민은 나보다 훨씬 큰 것이겠지만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는 사람으로서 작가의 마음에 공감했고, 점점 나아지기 위해(아프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힘을 얻은 것 같다.

나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 작가는 지금도 <보통의 존재>를 수정하고 있다고 했는데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던 첫 번째 책이 가장 좋았다. 당시 책을 읽고 좋아서 구입을 했는데 내용이 살짝 달라져서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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