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가는 유가 - 이사카 고타로
[내용]
후가와 유가는 쌍둥이 형제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은 형제애라기 보다는 전우애에 가깝다. 툭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매질을 방관하는 어머니가 있는 집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서로밖에 없기 때문이다. 꼭 붙어서 하교하는 두 사람을 보며 형제애가 남다르다고 칭찬하는 이들도 있지만 아버지의 폭력을 홀로 감당할 자신이 없기에 함께 집에 돌아가는 것일 뿐 딱히 큰 의미는 없었다.
어느 날 후가와 유가 형제는 아주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서로 다른 반에서 수업을 받던 중 몸이 갑자기 이동이 되어 후가는 유가의 반으로, 유가는 후가의 반으로 옮겨진 것이다. 이러한 이동은 두 시간마다 일어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주변 사람들은 그들의 복장이 달라진 것에 잠시 의아해할 뿐 놀라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날 이후 순간이동은 일어나지 않았고 두 사람은 쌍둥이라서 잠시 일어난 일이었다고 생각하고 넘어간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또다시 순간이동 현상이 일어났다. 이후에도 이동현상은 간헐적으로 나타났는데 두 사람이 분석해 본 결과, 이동은 생일에만 일어나고, 두 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며, 이동이 일어날 때 그들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멈추어 그들의 변화를 느끼지 못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후 두 사람은 이러한 이동이 일어날 때 불의의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는 한편, 이 현상을 이용해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낸다.
[감상]
두 사람은 자신들의 순간이동 현상을 이용해 괴롭힘을 당하는 반 친구를 돕고, 친척으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여자아이를 돕는다.
하지만 그들이 무엇보다 극복해야 할 대상은 아버지였다. 특히 유가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아버지 앞에서는 몸이 경직될 정도로 아버지를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유가의 주변 사람들을 괴롭혔다. 결국 유가는 아버지에게 맞서지만 그 과정에서 큰 상처가 남고 만다.
결말을 보며 작가의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가 떠올랐다.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헛헛했던 기분은 기억에 남아있다. <후가는 유가>의 결말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마지막 반전까진 좋았는데 결말이 너무 헛헛해서 눈물이 날 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