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에 갇힌 남자 - 데이비드 발다치

[내용]
에이머스 데커는 딸인 몰리의 생일을 맞아 고향인 오하이오 주 벌링턴으로 돌아왔다. 몰리는 올해로 14살이었다. 살아있었다면. 몰리는 엄마와 삼촌과 함께 집에서 살해를 당했고 세 사람의 시체를 발견한 건 바로 데커였다. 그리고 그들이 살해당한 이유도 데커였다. 그 사건 후 데커는 경찰일을 그만두고 벌링턴도 떠났다. 그리고 현재 FBI에서 자문으로 있으면서 사건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몰리의 생일에는 벌링턴을 계속 찾을 생각이었다.
데커는 딸과 아내의 무덤가에서 행복했던 기억과 그들의 마지막을 동시에 떠올렸다. 데커는 과거 풋볼 경기 중에 기습 공격을 당해 뇌부상을 입었고 그로 인해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증상을 갖게 되었다. 즉,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인데 이 증상으로 인해 그는 가족들과의 행복했던 순간도 기억하고 있지만 끔찍했던 그들의 마지막도 평생 떨쳐버릴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게 데커가 가족들에 대한 상념에 빠져있을 때 한 나이 든 남자가 나타나 그에게 말을 걸었다. 데커의 기억 속에 없는 남자였다. 하지만 알고보니 데커가 처음으로 맡았던 사건의 범인이었다. 이름은 메릴 호킨스. 총 네 명을 살해하고 가석방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남자였다. 그는 말기암이라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석방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아무도 죽이지 않았고 따라서 무죄이므로 죽기 전에 데커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데커는 처음엔 그의 말을 흘려들었다. 당시 살해당한 아이의 손톱 아래에서 나온 그의 DNA, 그의 집 벽장에서 발견된 총 등 증거가 너무 명백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호킨스는 데커에게 자신이 머물고 있는 숙소의 주소를 알려주고 돌아갔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데커가 호킨스의 숙소를 찾았을 때 호킨스는 이미 누군가에 의해 살해를 당한 뒤였다. 이는 호킨스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데커는 호킨스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했고, 그 사건을 마무리할 때까지 벌링턴에 머물기로 했다. 일단 당시의 사건 파일, 증거물 등을 다시 살펴보고, 피해자 가족들, 호킨스의 변호사 등을 만나보았다. 그런데 피해자 중 한 명이었던 남자의 전부인이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얼마 뒤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결론은 자살로 내려졌지만 데커의 생각엔 명백한 타살이었다.
[감상]
호킨스는 정말 제대로 이용만 당하다가 비참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는 그저 아내에게 최선을 다하고, 아픈 그녀를 위해 약을 구하고 싶었던 것뿐인데 배신을 당해 그 오랜 시간을 힘들게 살다 허망하게 떠난 것이다. 다른 이들의 죽음은 자업자득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협박을 당해 할 수 없이 휘말린 사람이나 잘못된 장소에 있다가 사망한 아이를 제외하면 돈때문에 스스로 뛰어든 것이니 안타깝다고 말하긴 어려울 듯 하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나라 전체를 뒤흔들 수도 있는 대형사건이 그 배후에 있었다. 만일 데커가 이 사건을 다시 파헤치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 일이었다.
예상했던 결말은 아니지만 실제 그런 일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조금 섬뜩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만큼 그 사건의 배후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몇 년 전에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를 읽고 그 후속편인 <괴물이라 불린 남자>를 읽지 않았더니 등장인물에 혼란이 왔다. 이번 책 내용으로 보건대 멜빈 마스라는 남자의 사건이 <괴물이라 불린 남자>의 주요 내용이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FBI 요원들도 그 작품에 많이 등장했던 것 같다. 한 번 읽어봐야겠다.
다음 책을 기다리며 작가에게 사소하게(?) 바라는게 있다면 데커의 파트너였던 랭커스터가 다음 책에서도 건강하게 등장했으면 좋겠다는 것.
만만치 않은 분량이었지만 후속이 나오면 또 읽고 싶을만큼 재밌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