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스캔들 - 신명호
[내용]
조선 시대를 통틀어 한글을 탄압한 최고의 악당은 단연 연산군이었다. 연산군은 한자 숭상을 넘어 노골적으로 한글 금지령을 내리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연산군이 한글 금지령을 내리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1504년 7월 10일에 있었던 투서였다.
"개금, 덕금, 고온지, 조방 등이 함께 모여서 술을 마실 때, 개금이 말하기를 "옛 임금은 난세일지라도 이토록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는데 지금 우리 임금은 어떤 임금이기에 신하를 파리 머리 끊듯 죽이는가? 아아! 어느 때나 이를 분별할까?" 라고 했고, 덕금은 말하기를 "주상이 이와 같다면 반드시 오래가지 못 할 것이니, 여기에 무슨 의심이 있으랴?" 라고 했다." (이하 중략) <연산군일기> 권 54, 1504년 7월 19일
연산군은 개금, 덕금 등을 체포하는 한편 익명서를 투서한 범인도 색출해내려 했다. 이를 위해 막대한 재물과 고위 관직을 현상금으로 내걸었다. 여기에서 나아가 한양 백성들 중 한글을 아는 사람들을 모두 소집해 한글을 쓰게 한 후 익명서 필적과 대조하기도 했다. 그래도 범인이 드러나지 않자 조선 팔도에서 한글을 아는 사람들을 모두 조사해 한글 필적으로 써 올리게 했다. 이와 함께 "언문은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말고, 배운 자는 쓰지 못하게 하라. 언문을 아는 사람을 모두 조사해 보고하고, 만약 고하지 않는 경우 이웃 사람까지 처벌하라'는 한글 금지령을 공포하기까지 했다.
이 금지령 이후 한글을 쓰다 잡히면 참형을 당하고, 다른 사람이 한글을 쓴 것을 알고도 고발하지 않으면 곤장 1백 대의 엄벌을 받았다. 또 한글 편지나 한글 서책을 소지하다가 적발되어도 엄중한 조사를 받아야 했다.
- <한글을 금지한 연산군, 주색에 빠져 사람의 도리를 잊다> 중에서 -
<조선왕조 스캔들>은 제목이 말해주듯 조선시대 왕실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역사책이나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내용들이 아닌, (나 같은 역사 문외한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세종대왕이 40세에 얻은 막내아들을 너무 예뻐한 나머지 무리하게 이혼과 재혼을 시켰다는 이야기, <용재총화>에 실린 색욕에 무관심한 남자 제안대군(예종의 원자) 이야기, 고종과 명성황후가 신령군 즉 박창렬이라는 여자 무당에게 빠져 있었다는 이야기는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동생이 왕이 된 것이 못마땅 해 반란을 일으키고자 했던 고종의 형 이재선과, 조카뻘인 인조(능양군)가 왕이 된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흥안군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를 끈 것은 금음물, 조두대, 백어리니라는 여성들이었다.
금음물은 아내와 잠자리를 갖기 싫어하는 제안대군을 지키려고 음모를 꾸미다 걸려 변방의 관비로 보내진 유모인데 제안대군 입장에서 보면 충신이었지만 제안대군의 아내 입장에서 보면 주인을 모함한 역적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조두대는 신분은 몸종이었지만 역대 왕들의 신임을 한몸에 받았고, 한문을 잘 알아 정희대비가 어린 성종을 수렴청정할 당시 '정희대비의 말씀을 관장하는 궁녀'로서 대비의 결재문과 명령문을 작성하는 일을 맡아서 했다고 한다. 왕실의 신임을 받고 있었던 만큼 권세가 어마어마했고 그녀에게 잘 보이려 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성종의 어머니인 인수대비는 시어머니 정희대비가 예뻐하던 조두대를 데리고 있으면서 백어리니라는 여종을 중용했는데 그녀 역시 조두대 만큼 꽤 많은 청탁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감상]
<조선왕조 스캔들>은 조선 왕실의 다른 면을 보게 해 준 책이었다. 실록과 같은 역사서에는 적혀 있지만 역사교과서에는 실려 있지 않은 내용들, 하지만 분명 후대에 영향을 미친 사건들이 실려 있어 꽤 흥미로운 책이었다. 게다가 저자 분이 쉽고 재밌게 써 주셔서 한 편의 이야기를 보듯 읽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은 <월간 중앙>에 <조선 왕실 스캔들>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들을 묶은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