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소설

일인칭 단수 - 무라카미 하루키

slow slow 2021. 10. 1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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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나'는 F*를 한 연주회에서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녀에 대한 첫인상은 정말 '못생긴 여자'라는 것이었다. 외모가 너무 눈길을 끌어 다른 점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였다. 그녀 자신도 알고 있는 것 같았는데 보기에 따라서는 오히려 그 사실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얼마 후 나는 또다시 콘서트홀에서 F*를 우연히 만났다. 우리는 술자리를 갖고 그날의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날 나는 그녀가 나처럼 피아노곡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슈만의 <사육제>를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이후 함께 <사육제>를 연주하는 콘서트에 가기도 하고, <사육제>가 수록된 CD와 레코드를 구입해 듣고 서로 의견을 나누기도 하는 친한 친구 사이로 발전했다. 아내는 내가 F*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딱히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는데 아마도 그녀의 외모때문이었을 것이다. F* 역시 결혼했지만 나는 그녀의 남편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10월에 접어들면서 F*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몇 번을 연락해도 부재중메시지로 넘어갈 뿐이었다. 몸이 아픈 건 아닌지, 긴 여행을 떠난 건 아닌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한달이 훌쩍 지났다. 그리고 내가 그녀를 다시 보게 된 건 TV를 통해서였다. 뉴스 속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경찰들과 함께 걷고 있었다.

- <사육제> -

[감상]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단편집이다. 소설인듯 에세이인듯 장르가 애매한 글 8편이다. (하지만 책 소개에 '소설집'이라고 되어 있으니 소설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야쿠르트 스왈로즈 시집>은 작가의 이름도 등장해서 '이건 분명 에세이다'라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로 사비를 들여 500부를 찍고 300부가 팔린 그 시집이 존재하는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아무래도 픽션이었던 것 같다. 찾을 수가 없다. 지식인에 실린 글로 보건대 흑맥주도 픽션인 듯하다.

<위드 더 비틀스>와 <사육제> 역시 순수창작인지 작가의 개인적인 체험이 바탕에 깔린건지 궁금했다. 알 방법은 없지만 분명 나말고도 궁금해하는 사람은 여럿 있지 않았을까 싶다. (당시의 뉴스를 검색해본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사실 나는 이렇게 에세이처럼 쓰는 소설을 정말 안 좋아한다. 그다지 유익할 것 없는 궁금증만 남기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무라카미 작가의 글은 에세이만 좋아하는데 이 책은 에세이같은 소설이라 헷갈려서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200페이지가 살짝 넘는 분량이라 가볍게 읽긴 했지만 좀 갑갑한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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