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시대 (유럽 편/중국/영국 편) - 바이하이진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를 시작으로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이르기까지 총 12명의 여자 군주들의 이야기를 실은 책이다.
유럽 편에서는 클레오파트라, 아그리피나, 이사벨 1세, 크리스티나 여왕, 마리아 테레지아, 예카테리나 2세를 싣고 있고, 중국/영국 편에서는 측천무후, 엘리자베스 1세, 빅토리아 여왕, 효장문황후, 서태후, 엘리자베스 2세를 싣고 있다.
원작은 <십이여황>이다.
[내용]
♣ 클레오파트라
클레오파트라는 역사상 최초의 팜므파탈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니는 이집트 여왕이다. 무능한 아버지에 때문에 언니가 죽는 것을 봐야했고, 10살 된 남동생과 함께 왕위에 오르고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결혼을 했지만 얼마 못 가 반대파(동생 지지파) 무리에 의해 폐위를 당하고 쫓겨나는 등 파란만장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럼에도 클레오파트라는 남자의 권력에 의지해 살았던 여성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최근에는 그녀의 미모마저 과장되었다는 주장이 나왔었다. 하지만 이집트인들은 클레오파트라는 미모도 출중했을 뿐만 아니라 지혜와 결단력까지 갖춘 지도자였다고 말한다.
♣ 네로 엄마 아그리피나
아그리피나는 악명 높은 황제 칼리굴라의 동생이자 네로의 어머니로 과거에 오빠를 무너뜨릴 음모를 꾸미다가 걸려 로마에서 쫓겨난 적이 있었다. 어쩌면 그런 힘든 시기가 있었기에 그렇게도 권력에 집착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아들의 손에 운명을 달리하게 되기 전까지 그녀는 갖은 악행을 저지르며 악명을 떨쳤다.
♣ 독실한 천주교 신자 이사벨 1세
카스티야의 여왕 이사벨 1세는 우여곡절 끝에 왕위에 오른 뒤 남편 페르난도와 나라를 잘 다스렸던 것 같다. 하지만 너무나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그녀는 하늘 아래 오로지 천주교만 존재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어 다른 종교들을 탄압했고 종교법정까지 만들었다. 후에 종교법정은 전 유럽으로 확산되었다.
♣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 한 크리스티나 여왕
스웨덴의 크리스티나 여왕은 회고록에 어머니가 자신을 싫어했다고 기록했다. 실제 그녀는 여러 차례에 걸쳐 죽을 뻔 했는데 어머니 마리아 왕후의 음모였던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티나 여왕은 어머니를 대신해 고모 카트리나에게 교육을 받았고, 충직한 대신들의 도움으로 나라를 통치할 수 있었다.
♣ 마리아 테레지아와 1713년 국사조서
합스부르크 군주국의 카를 6세는 아들을 얻지 못 하자 아들이 없을 경우 딸이 왕위를 계승할 수 있도록 하는 국사조서를 반포했다. 그리고 여러 나라가 이 국사조서를 지지해 주길 바라며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가 사망한 뒤 주변 국가들은 마리아 테레지아의 왕위 계승을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전쟁이 일어나고 말았다.
♣ 예카테리나 2세
무능한 남편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러시아 여제 예카테리나는 이중적인 면이 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계몽사상가 볼테르와 친분이 있었는데 그에게 보내는 서신에 "자유로운 인간으로 태어난 자를 노비로 사는 것은 기독교 교리에 맞지 않는다"고 적었다. 하지만 그녀는 러시아 농민 절반 이상을 귀족들에게 선물로 보낸 바 있어 농민들은 그녀의 위선에 치를 떨었다고 한다.
♣ 자식보다는 권력이 우선, 측천무후
일설에 따르면 측천무후는 갓 태어난 딸 아이를 질식시켜 죽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의 황후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그녀는 총 네 명의 아들을 낳았는데 아들 둘을 죽이고, 한 명은 궁궐 안에 유폐시키고 막내 아들을 왕위에 오르게 한 뒤 자신의 뜻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도록 했다.
♣ 동태후, 공친왕과 함께 3인 통치를 펼쳣던 서태후
동태후와 서태후의 지아비였던 함풍제는 무능한 왕이었다. 서구 열강들이 쳐들어와 겁박을 하자 도망칠 궁리만 했고 여색을 탐하느라 정사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런 함풍제가 사망한 후 서태후의 아들 재순이 왕위에 올랐는데 왕이 너무 어리다보니 왕을 보좌할 인물이 필요했다. 원래 함풍제는 평소 못마땅하게 여겼던 공친왕을 제거한 뒤 두 아내와 팔대신들이 서로 견제하며 재순을 보필하길 바랐다. 하지만 힘을 잃은 것은 팔대신이었고 공친왕과 두 태후는 오랜 기간 동안 협력해서 나라를 이끌어갔다. (시간이 흐른 후 세 사람도 분열하고 서태후만 남게 된다)
♣ 엘리자베스 1세와 해적 주식회사
1560-1570년대에 영국의 해적두목 드레이크, 호킨스 등은 해적 주식회사를 건립했는데 대주주 중 한 명이 바로 엘리자베스 1세였다. 해적들은 매번 주주들을 기쁘게 하는 수익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녀에게도 그녀의 국민들에게도 드레이크는 해적이 아닌 국민적 영웅이었다.
[감상]
한 편 한 편이 단편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참 재밌게 쓰여진 세계사 책이었다. 역사서이고 군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 좀 장황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당시의 상황이나 배경은 되도록 간략하게 쓰고 인물들에게만 집중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솔직히 이 여제들에 대해 좋은 평가만 내리기는 힘들 듯 하다. 소위 남자들의 세계라는 정치 세계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며 권력을 얻고, 그렇게 얻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잔인해질 수 밖에 없었다고 해도 납득이 안 가는 행동들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 자식들을 이용하려 한 것이나 해적을 후원한 것, 종교 법정을 세운 것 등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