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역사

아트 인문학 여행 (스페인) - 김태진

slow slow 2020. 10. 10. 21:53
반응형

 

 

 

[내용]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은 그려진 당시부터 성직자들을 난감하게 했던 작품이다. 예수를 비롯한 모든 성인들이 누드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로 말년에 그를 겨우 설득해 그의 제자로 하여금 얇은 천을 그려 작품 속 중요 부위들을 가리게 했지만 새 교황이 선출될 때마다 이 작품을 지우고 다른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곤 했다. 하지만 어느 누가 감히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지우고 그 자리에 자기 그림을 그린단 말인가.

(중략)

교황 비오 5세는 예술가들을 불러 모아 예배당 제단화를 새로 그려줄 화가가 없냐고 물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엘 그레코가 손을 들더니 "제게 기회를 주신다면 <최후의 심판>을 능가하는 작품을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한 것이다. 이 한 마디로 엘 그레코의 로마 생활은 완전히 끝나버렸다. 그는 주류화가들의 철저한 따돌림 속에 화가 사회에서 완전히 배제돼버렸다. 그리고 일감마저 떨어져 먹고 살 길도 막막해졌다. 그는 결국 스페인으로 떠났다.

[감상]

엘 그레코는 스페인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자신의 그림에 대한 자부심이 지나쳐 매번 상상을 초월하는 그림값을 요구했던 것이다. 심지어 스페인 국왕 펠리페 2세에게도 상당한 그림값을 청구했는데 펠리페 2세는 그가 요구하는 금액을 모두 주었지만 그의 그림을 마음에 들어하지도 않았고, 다시 찾지도 않았다고 한다. 저자는 추측이긴 하지만 '신중왕'이라고 불리던 펠리페 2세의 성향 상 엘 그레코의 오만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적고 있다.

 

<아트 인문학 여행> 스페인 편은 이태리에서 온 엘 그레코 외에 벨라스케스와 고야, 가우디, 달리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이사벨 여왕과 콜럼버스, 펠리페1세와 2세, 그리고 후아나까지 당시의 지배계층과 사회분위기에 대해서도 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중 살바도르 달리와 그의 아내 갈라에 관한 이야기가 한 편의 막장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갈라가 달리를 만나기 전부터 꽤 독특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던데다 자신보다 열 살 어린 달리와 살기 위해 남편과 딸을 떠났기 때문이다.

 

스페인 편도 이태리 편과 파리 편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단지 피카소를 짧게 다룬 것은 좀 아쉬웠다. (저자는 피카소도 달리 만큼이나 비중 있게 다뤄야 하지 않을까 고심했지만 짧게 다루기로 정했다고 한다)

세 권의 아트인문학 시리즈 덕분에 조금은 미술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되었다. 고마운 책들이었다. 앞으로는 예술에 관한 책을 고를 때 덜 망설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음악과 관련해서도 이렇게 좋은 책이 나와주었으면 싶다.

 

2017년에 <아트인문학: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이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이 책도 조만간 구입해서 읽어봐야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