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인문학 -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 - 김태진

<아트인문학: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은 서양미술의 역사에 관한 책이다.
[내용]
[고전미술의 혁신을 이끈 원근법]

왼편의 그림은 화가 두초 디 부오닌세냐의 <산 위에서 유혹을 받는 예수>로 1310년 경에 그려진 그림이다. 그리고 오른 편의 그림은 마사초의 <성 삼위일체>인데 이 그림은 1427년에 그려졌다. 두 그림의 차이는 한 눈에도 명확해 보인다. 왼쪽 그림이 평면적으로 보이는데 반해, 오른쪽 그림은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그 이유는 1409년 건축가 브루넬레스키가 생각해 낸 '원근법의 원리' 때문이다. 마사초는 브루넬레스키를 따라다니며 원근법을 철저하게 공부한 화가로, 비록 불운한 마지막을 맞이하긴 했지만 서양미술 최초로 원근법을 구사한 화가로 이름을 남겼다.
[인체해부로 더욱 정밀해진 인체묘사]

원근법 이후 고전 미술을 한 단계 도약시킨 것은 인체 해부였다.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는 직접 인체를 해부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남겼다. 두 사람은 인체를 연구함으로써 보다 정밀한 인물묘사를 할 수 있었다.

왼편은 1485년 산드로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이고, 오른 편은 1504년에서 1506년 사이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톤도 도니>라는 작품이다. 미켈란젤로가 인체 묘사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감상]
저자는 고전미술의 원근법을 시작으로 각 시기별로 나타난 미술계의 변화와, 그리고 그 변화를 수용하고 확대시킨 인물들의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다.
고전미술의 키워드는 원근법과 인체해부, 유화 그리고 명암법이었다. 당시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려는 노력이 치열했던 시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도 화가들이 인체해부에까지 관심을 가졌다는 것에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후대로 올수록 화가들은 대가들의 그림을 모방하는 차원을 넘어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려는 모습을 보인다. 중세를 지나면서 지배자들의 기호에 맞는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어진 것도 있고, 사진이라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초상화에 대한 수요가 떨어져 자신들이 그리고 싶은 그림에 더 몰두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다.
마네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그는 일반인들을 그린 그림에 누드를 넣었다. 누드는 기존 그림에도 있었지만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저속하다고 말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마네는 신사들 사이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성을 그려넣었고 이 그림때문에 온갖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나폴레옹 3세는 그의 그림이 뻔뻔스럽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그림과는 너무 다른 그의 그림에 끌린 이들도 있었다.

미술의 변천사와 발전사를 보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역시 인공지능이 일으킨 혁명(?)에는 조금은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그동안은 인간의 감정이 들어간 예술계만큼은 인공지능이 어찌할 수 없을 거라는 낙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인공지능은 글도 쓰고 번역도 하고, 이젠 그림까지 그리고 있다.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아트 인문학 시리즈: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은 기존의 아트인문학 시리즈에 비하면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앞의 책들을 읽고 난 뒤에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태리, 파리, 스페인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이라 좀 더 방대하게 느껴지는데다, 화가 개개인들보다는 미술의 발전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역사의 한 장면]
면죄부에 관한 에피소드 하나
죄를 없애주는 종이. 즉 천국으로 가는 입장권. 바로 면죄부다. 면죄부를 발행한 사람은 교황 레오 10세로, 그는 산 피에트로 대성당 공사비를 감당할 길이 없자, 돈을 조달하기 위해 전 유럽에 면죄부 판매를 독려했다. 당시 뛰어난 설교자들은 면죄부 판매왕이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는 독일지역을 책임졌던 요하네스 테첼이었다.
어느 날, 테첼이 라이프치히에서 면죄부를 팔아 많은 돈을 챙긴 뒤 다른 도시로 떠나려던 참에 한 귀족이 그를 찾아왔다. 그는 "면죄부를 사면 미래에 저지를 죄도 용서받을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고 테첼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 즉시 면죄부를 사야만 가능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특별한 면죄부이니 매우 큰돈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귀족은 돈을 내고 면죄부를 샀다.
생각지도 못 한 돈까지 챙겨 기분이 좋아진 테첼은 유쾌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는데 강도를 만나 흠씬 두들겨 맞고 가진 돈을 모두 빼앗기고 말았다. 알고보니 범인은 바로 면죄부를 사 간 그 귀족이었다. 처음에 크게 화를 낸 영주는 귀족에게 전후 사정을 듣고는 그를 용서해주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