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역사

시인 - 마이클 코넬리(일부 스포 있음)

slow slow 2021. 12. 2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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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나, 잭 맥커보이는 <로키 마운틴 뉴스>의 기자이다. 주로 살인 사건과 관련된 기사를 쓰는데 사건을 넓게 바라보고 이면에 가려진 진짜 이야기를 물어오는 것이 주특기이다.

어느 날, 두 명의 형사가 찾아와 나의 쌍둥이 형이자 형사인 션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그들은 션이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사건의 수사가 미궁에 빠지자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유서로 “공간을 넘고, 시간을 넘어”라는,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글을 남겼다고도 했다.

나는 처음에는 형의 죽음을 납득하려고 했다. 형수가 말하길 형이 그동안 경찰에 알리지 않고 심리상담을 받고 있었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뭔가 계속 마음에 걸려 형이 담당한 사건 기록을 훑어보고, 형을 발견한 목격자를 만나 당시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그리고 과거에 자살한 경찰들 중 형과 비슷하게 의미가 모호한 유서를 남긴 이들이 있는지도 알아보았다.

조사 결과, 사망 당시 형은 혼자가 아닐 가능성이 대두되었다. 그리고 형이 남긴 유서는 애드거 앨런 포의 시구 중 하나였는데, 마찬가지로 애드거의 시구를 유서로 남기고 자살한 경찰관이 적어도 5명이 더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수사는 즉각 FBI로 넘어갔고 당분간 기사를 쓰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나도 수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범행 패턴은 모두 비슷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은 잡히지 않고, 담당 형사는 자살한다. 그리고 유서는 애드거 앨런 포의 시에서 발췌하여 남긴다”

경찰은 이 모든 범행을 한 명이 저지른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이는 교묘하게 조작된 것이었다. 조금 똑똑한 사람이 범행을 저지르면 더 똑똑한 사람이 담당 형사를 죽이고 조금 똑똑한 사람에게 모든 혐의를 뒤집어 씌운 것이었다.

[감상]


마이클 코넬리 작가의 시리즈물 중 잭 매커보이 기자 시리즈이다. <시인>은 그 1편인 듯 한데 원작은 96년에 출간되었다. (요즘은 소설, 특히 범죄 소설을 읽을 때마다 발행년도를 자주 확인하는데 수사 방식이 지금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시인>은 지금까지 읽어본 마이클 코넬리 작가의 책 중 가장 기분이 나쁜 책이 아니었나 싶다. 그만큼 자극적이고 찜찜한 여운이 남는 책이었는데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어 재미도 컸다. (96년도에 읽었으면 충격이 훨씬 크지 않았을까 싶다.)

사건과는 별개로 경찰과 기자의 관계를 보는 재미도 있었다. 본문에서 잭 맥커보이는 항상 경찰을 앞지른다. 수사를 시작하게 된 것도, 범인이 두 사람이라는 것을 밝혀낸 것도 경찰이 아니라 잭이다. (아마도 경찰분들은 이 설정이 꽤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 같다). FBI가 그를 수사에서 배제하고 싶어한 건, 그가 기자여서 수사에 지장을 줄까봐 우려한 것도 있겠지만 경찰의 자존심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잭이 항상 우위를 점한 것은 아니었다. 잭 역시 도움이 필요해 누군가를 찾아갔는데 전직 기자였던 그 사람이 기자로 복직하기 위해 멋대로 기사를 쓰고 신문사에 넘겼던 것이다. 게다가 책까지 내겠다고 에이전트와 통화까지 하고 있었다. 잭이 분통을 터뜨리자 "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라며 비웃어버린다.

가끔 범죄소설이나 형사 드라마를 볼 때 경찰과 기자라는 직업은 '성취형' 타입의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시인>에 등장하는 경찰과 기자들이 딱 그랬다. 기자와 경찰, 기자와 기자, 경찰과 경찰의 긴장관계를 보는 건 조금 불편했지만 얍삽한 인간들이 결국 불운을 당하는 건 고소했다.

마이클 코넬리 작가의 책을 언제 또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부턴 어느 시리즈물인지 확인하고 읽어야겠다. 그래야 법정물인지, 형사물인지 흐름을 조금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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