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역사

스캔들 세계사 4 - 이주은

slow slow 2021. 2. 24. 22:10
반응형

 

 


[내용]

아직 수세식 변기가 등장하지 않았던 그 옛날, 위대하신 전하께옵서 평민들이 하듯 푸세식 변기에 쭈그리고 앉아 일을 보실 수는 없는 노릇이라 생각했는지 요즘 우리 눈에는 요강이나 다름없는 변기를 담당하는 이는 '그룸 오브 더 스툴(Groom of the Stool)'이라고 불렸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변기 담당관'이라고 부르기로 해요.

변기 담당관은 일을 볼 수 있도록 옷을 벗는 데 도움을 주고 왕이 볼 일을 본 뒤에는 주전자와 대야와 깨끗한 천을 가져와 천을 물에 적셔 정성들여 닦아준 뒤 다시 옷을 입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변기 대용 의자를 치우고 항아리와 사용한 천을 가져가라 명했죠.

헨리 7세의 변기 담당관은 휴 데니스라는 남자였습니다. 그 역시 귀족으로 장인어른은 남작이었고 부인의 외할머니는 백작 집안의 딸이었죠.

변기 담당관은 왕이 제일 믿을 수 있는 자로 뽑았고 일하다보면 왕이 제일 믿을 수 있는 자가 됐기 때문에 휴 데니스의 권력과 부 역시 날로 쑥쑥 늘어납니다. 왕이 침실에 있을 때 유일하게 침실을 오갈 수 있는 특혜를 받았던 것이 변기 담당관이었고, 다른 귀족들은 왕과 단둘이 이야기할 수 있는 변기 담당관의 입김을 두려워하며 잘 보이기 위해 애를 썼죠. 결과적으로 휴 데니스는 왕의 돈까지 관리했으며 자신의 명의로 7개의 영지와 저택을 구매하기까지 했습니다.

- <알고 보면 왕의 최측근 권력자인 '변기 담당관' 이야기> 중에서 -

 

[감상]

 

예전에 중세 유럽 궁정에 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기사에 따르면 중세의 궁정은 여기저기에 배설물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어 항상 악취가 감돌고 있었고, 특히 베르사유 궁전은 전세계에서 가장 악취가 심한 곳으로 알려져 루이 14세의 명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를 하고 냄새를 덮기 위해 궁전 내부에 오렌지 나무를 가져다 놓았다고 한다.

또한 오늘날 왕족들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그 화려한 의상들도 한 번도 세탁된 적이 없으며 왕과 왕비들은 목욕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목욕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믿음때문이라고 하는데 루이 14세와 카스티야의 이사벨 1세는 평생 동안 딱 두 번 목욕했고, 영국의 제임스 1세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며, 마리 앙트와네트는 한 달에 한 번 목욕했다고 한다. 단, 헨리 8세만은 유난히 청결에 민감해서 자주 목욕을 했고 옷도 자주 갈아입었다고 한다. 

 

아마도 이 기사를 읽은 뒤라 '변기 담당관' 이야기가 더 인상에 남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책에 따르면 헨리 7세의 변기 담당관이 엄청난 부와 권력을 누린 반면, 헨리 8세의 변기 담당관 헨리 노리스는 왕의 절친이었지만 앤 불린과 바람을 피웠다는 이유로 즉각 처형당했다고 한다. 저자는 '잊을만하면 나오는 헨리 8세'라고 적고 있는데 나 역시 앤 불린과 헨리 8세는 여기에도 등장하는구나 싶어 조금 웃음이 났다.

 

세계사는 참 복잡하고 어렵다. 특히 중세 유럽은 동일한 이름을 가진 왕족이나 귀족들이 많아 이름을 외우는 것만으로도 벅찰 지경이다. 몇 년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세계사를 공부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 발견한 책이 바로 이 '스캔들 세계사' 시리즈다.

 

고대시대부터 순서대로 읽어가는 것도 좋지만 흥미로운 이야기와 결부해서 세계사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1편부터 다시 봐야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