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림을 만날 때 - 안경숙
[내용]

폴란드 출신의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는 바르샤바 부유한 집안 출신의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로, 결혼 후 혁명이 일어나자 남편과 함께 파리로 망명했다고 하지요. 원래 이름은 마리아 고르스카였지만 파리에서 개명을 하고 그림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보헤미안처럼 자유로운 인생을 살았던 타마라 드 렘피카는 파블로 피카소, 앙드레 지드, 장 콕토와 같은 유명인사들과 교류했다고 합니다. 양성애와 남성 편력 등 숱한 화제를 뿌리고 다닌 스캔들 메이커였다는데 그 미모만 봐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갑니다.
- <오늘은 그녀처럼> 중에서

에드워드 호퍼는 적막한 도시의 일상을 표현한 미국의 대표적인 화가입니다. 군중 속의 고독을 안고 살 수 밖에 없는 도시인의 비애, 외로움, 소외감 같은 주제가 작품 속에 드러나곤 합니다. 하지만 <제 293호 차량 C칸>에 타고 있는 이 여인은 책과 함께 있기 때문에 외롭지 않을 겁니다.
- <독서의 황홀> 중에서 -
[감상]
<삶이 그림을 만날 때>는 비가 오는 날 온라인 도서관에서 찾아 읽은 책이다.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읽게 되었는데 다 읽고 나니 미술 책 보다는 힐링 에세이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는 책이었다.
책은 각각의 소주제를 정하고 주제와 잘 어울리는 그림들을 소개해 주었다. 에드워드 호퍼의 <제 293호 차량 C칸>은 [독서의 황홀]이라는 소제목에 들어 있었는데 호퍼의 그림이 워낙 황량한 분위기로 유명하다 보니 처음 봤을 땐 그림 속 여인이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도 그다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작가의 '책이 있어서 외롭지 않을 겁니다'라는 말에 조금 달리 보게 되었다. (언젠가 알랭 드 보통도 호퍼의 <자동 판매식 식당>이라는 그림을 소개하면서 슬픈 그림이지만 우리를 슬프게 하지는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은 [불멸의 초상]이라는 소제목 아래에 실려 있는 음악가들의 초상화였다.
이 중 차이코프스키의 초상화와, 조르주 상드와 쇼팽을 함께 그린 그림에 얽힌 이야기는 너무 상반된 것이라 흥미로우면서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에 얽힌 이야기 외에도 작가는 그림을 보면서 함께 들으면 좋을 듯한 음악까지 추천하는 배려도 보여주었다. 그리고 특이한 실험을 했던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 이야기, 피아노 신동이었으나 세포경화증으로 고통 받았던 클라라 하스킬 이야기, 31세에 세상을 떠난 일본인 의사 이무라 가즈키요 이야기 등을 통해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교훈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책을 읽다가 문득 '아트 테라피'라는 말이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처럼 갑갑한 시기에 모처럼 마음의 평온을 얻은 것 같아서였다. 내겐 참 고마운 책이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