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 아야세 마루
일본 토호쿠 지방을 배경으로 한 다섯 편의 단편으로, 주로 '고향'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내용]
○ 목향장미 무늬 원피스 - 여행지에서 만난 남자와 동거를 하기 위해 집을 떠난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손자 토모야 이야기
○ 탱자 향기가 풍기다 - 결혼을 앞두고 시댁에 인사를 드리러 가는 예비 며느리 리츠코 이야기
○ 유채꽃의 집 - 어머니의 7주기 법요 때문에 고향을 찾는 타케후미 이야기
○ 백목련 질 때 - 이모 결혼식 때문에 외할머니 댁에 간 초등생 치사토 이야기
○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 신칸센에서 도시락과 커피 등을 판매하는 사쿠라 이야기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사쿠라는 '가족'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환상이라는 것을 갖고 있었다. 비록 사쿠라의 가족들은 원만하게 지내지 못 했지만 다른 가족들은 화목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사쿠라의 부모님은 매일 다투시기만 하시다가 결국 이혼을 하셨고, 부모님의 이혼 후 관계가 껄끄러워진 친척들과는 사쿠라 쪽에서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얼마 전, 어머니가 재혼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사쿠라는 이젠 자신에게는 돌아갈 '고향'이란 것도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애초에 사쿠라는 공무원인 아버지의 잦은 전근으로 2년 마다 전학을 해야 했기 때문에 '고향'이라고 할 만한 곳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한 군 데 쯤 '안심하고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런 마음을 동료에게 털어놓은 적도 있었다. 그 때 동료는 가족들에게 들었던 결혼에 대한 잔소리, 다른 친척들과의 비교를 예로 들며 고향에 돌아간다는 것은 '안심'과는 조금 다른 기분이라고 대답했다.
아무 생각도 없이 고향에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의 거의 없을 걸.
뭐랄까, 연결점이 있다는 건 그만큼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받는다는 거니까.
그럼에도 사쿠라는 그런 '걱정'을 받아보고 싶었다. 매일 다투는 부모님의 사이를 좋게 해 보려고 딴에는 노력이라는 것도 해 보았지만, 부모님은 사쿠라의 그런 노력조차도 무시했었던 것이다.
현재 사쿠라는 도쿄타워가 보이는 집을 구해 살고 있다. 처음 집을 구할 때 부터 그런 조건을 넣었었다. 고향이 없는 그녀는 누군가에게 '안심'하고 돌아올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녀에겐 도쿄타워가 그런 곳이었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사쿠라는 그를 데리고 도쿄타워에 갈 것이다.
[감상]
잔잔한 일본 영화 다섯 편을 본 듯한 느낌이다. 대단한 클라이막스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운이 남는 이야기들이었다.
원전사고가 일어났던 지역에 있는 시댁을 방문한 예비며느리 리츠코가 초밥 앞에서 저도 모르게 멈칫하는 모습, 그런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애쓰는 시댁 식구들의 모습, 어머니의 법요 때문에 고향에 갔다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동창과 만나는 순간 등, 소소하지만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그리고 뭔가 아련함도 느껴졌는데 아마도 도쿄타워 때문이지 싶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일본드라마에서 보고 한 번 쯤 가보고 싶단 생각을 한 적이 있어서다.
고향과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다 나도 사쿠라처럼 마음에 드는 장소를 하나쯤 갖고 있는 것도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