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소설

백조와 박쥐 - 히가시노 게이고(일부 스포 있음)

slow slow 2021. 11. 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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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도쿄 미나토구 해안에 불법 주차된 차량에서 한 남자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이름은 시라이시 겐스케. 나이는 55세로 현직 국선 변호사였다. 수사는 난항이 예상되었다. 경찰의 탐문에 따르면 시라이시는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이 아니었고 오히려 자신이 변호했던 이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이후까지 챙기는 세심하고 자상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누구도 그에 대해 좋은 말만 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은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조금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시라이시의 통화내역에서 찾아낸 구라키 다쓰로라는 남성이 순순히 범행을 인정하면서 사건은 예상보다 일찍 종결되었다.

동기는 공소시효가 지난 30년 전에 일어난 살인 사건이었다. 다쓰로의 말에 따르면, 그는 30년 전 한 악질 금융 사기업자를 살해했는데 다른 사람이 용의자로 몰려 입건되었고 그 사람은 억울함을 호소하다 결국 구치소 안에서 자살을 했다고 했다. 다쓰로는 죄책감이 들었지만 아내와 자식을 생각해 용기를 내지 못하고 지금껏 숨기고 살았는데 우연히 그 자살한 남성의 가족들이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힘들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이 운영하고 있는 식당을 드나들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죽기 전 자신의 재산을 그 가족들에게 남길 생각으로 시라이시 변호사에게 상담을 했는데 시라이시 변호사가 자꾸 생전에 용서를 구하라고 압박을 해오는 통에 죽일 결심을 했다는 것이었다.

다쓰로의 자백으로 사건은 종결되었고 이젠 재판과 양형만 남게 되었다. 하지만 시라이시의 딸 미레이와 다쓰로의 아들 가즈마는 이 상황을 납득하지 못 했다. 미레이는 자살한 남성의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하라고 다쓰로를 압박했다는 것이 아버지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즈마 역시 아버지의 행동 하나하나가 자신이 알고 있는 아버지와 너무 달라서 받아들이지 못 했다. 각자의 이유로 그들은 아버지의 행적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감상]

처음엔 두 사건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철저하게 달랐다.

30년 전 사건은 누구를 가해자로 봐야할 지 피해자로 봐야할 지 구별이 안 가는 사건이었다.

그 사건의 피해자는 악질 금융 사기꾼이었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엄청난 금액의 사기를 당한 사람의 가족이었고, 목격자 역시 피해자에게 다른 이유로 이용당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진실을 덮었다. 그런데 그 결과 한 남성이 범인으로 몰려 구치소에 들어갔고 며칠 뒤 자살을 했다. 그리고 자살한 남성의 가족들은 이후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살아야 했다.

경찰의 수사를 탓해야 할까, 진실을 감춘 두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오명을 쓰고 살아야 했던 가족들 역시 피해자에게 사기를 당했으니 어느모로 봐도 제일 나쁜 인간은 피해자였는데... 아이러니한 상황이 착잡했다.

두 번째 살인 사건은 가해자의 동기가 무서웠다. 처음에 가해자가 들려준 살인 동기에는 어느 정도 동정이 갔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는 '살인'을 해도 될만한 동기를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자백 도중 그가 보인 희미한 미소는 알고보니 살인을 했다는 만족감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백조와 박쥐>는 '다시 읽지 않을 책' 리스트에 추가되었다. 우울한 내용, 우울한 결말이 머리에 콕 박혀서 내용도 안 잊을 것 같다. 그나저나 백조는 누구를 가리키는 것이었을까. 개인적으로 박쥐는 두 번째 사건의 가해자라고 생각했는데 백조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다쓰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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