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타

방구석 미술관 2(한국) - 조원재

slow slow 2021. 10. 1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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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1969년, 66세의 나이로 이응노는 석방됩니다. 프랑스와 독일 정부, 세계 각국의 예술 기관과 단체들이 한국 정부에 보낸 탄원서 덕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감시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1977년 중앙정보부가 '백건우, 윤정희 납치 미수 사건'의 배후에 북한이 있었다고 하며 거기에 이응노, 박인경 부부가 연루되어 있다고 발표합니다.

당시 모든 언론 보도에 등장했던 이 사건은 어떤 진실도 밝혀지지 않은 채 흐지부지 잊히고, 결국 그는 한국사회에서 간첩 화가로 낙인찍힙니다. 이후 국내에서 그의 작품 전시 및 매매가 금지되며, 그의 작품은 한국사회에서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한국 땅을 밟는 것도 금지됩니다.

<한국 최초의 월드 아티스트 이응노> 중에서

[감상]


<방구석 미술관> 한국편이다. 사실 처음에는 한국편이라고 해서 조선시대 화가들이 등장하는 책일 거라고 제멋대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펼쳐보니 일제시대와 6.25전쟁을 겪으신 화가분들의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이응노 화백의 이야기가 가장 가슴 아팠고, 김환기 화백과 박수근 화백의 그림이 가장 좋았다. 특히 김환기 화백의 그림 중 <영원한 노래>라는 작품이 제일 좋았다.

한분 한분의 이야기가 마치 드라마같다. 문득 그분들의 가족이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는데...

이중섭 화가의 부인 마사코 야마모토 여사는 2019년 취재 기사로 보아 현재 101세이신데 둘째 아들과 함께 일본에 살고 계신다고 한다.

몇 년 전엔 김환기 화백의 아들이 아버지의 작품을 가지고 소송을 했었던 모양이다. 부부가 모두 재혼이었고, 김환기 화백에게는 이혼한 전처와의 사이에 세 딸이 있었다.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부부가 결혼 후 입양한 아들이었다고 한다. 기사에 따르면 패소했다고 한다.

이응노 화백은 북으로 간 아들을 만나기 위해 북한 사람들을 만났다가 간첩으로 몰렸다. 검색해보니 그 아드님은 사실 이응노 화백의 형제의 차남인데 아들로 입양하셨다고 한다. 그 아드님은 북에서 중학교 교감으로 계셨고, 1996년에 사망했다고 한다.

나혜석 화백의 아들인 김진 전 서울대 법대 교수는 2019년에 별세했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이야기들이 밝지는 않다. 불운한 시절이라 생활이 어렵기도 했고, 열심히 그린 작품을 빼앗기기도 해서 (작품을 그대로 빼앗기기도 하고, 작품을 도난당하기도 하고, 전시 후 돌려받지 못 하기도 하고, 전쟁으로 소실되기도 했다) 몸과 마음이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착잡한 마음마저 들었다. <방구석 미술관> 서양편도 그리 밝지는 않았지만 식민지를 경험하고 전쟁까지 겪은 한국 화가들의 이야기라 훨씬 더 안타깝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한국 미술이라면 조선시대 화가들의 이름만 주워들은 게 전부이고, 아는 그림도 몇 점 없었다. 참 고마운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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