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세계사 - 그레이엄 도널드
[내용]
바토리 에르제베트만큼 부당하게 비방 당한 여성은 역사상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드라큘라 백작 부인으로 유명한 바토리가 자신의 빼어난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 처녀들의 피로 목욕을 하는 등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같은 존재였다는 사실을 믿는다. 이 헝가리 여인은 1600년에서 1610년 사이에 자신의 성주변 영지의 17개 마을에서 650명이 넘는 처녀들을 데려와 살해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당시 17개 시골의 인구는 모두 합해도 400명을 넘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이 백작 부인이 유별난 목욕물을 조달하기 위해 처녀 650명을 납치했다는 이야기는 그녀가 죽은 지 100년도 넘은 1729년에 처음 등장했다.
- <드라큘라 백작 부인 바토리 에르제베트의 진실> 중에서
실제로 살라망카에 보관된 많은 기록을 상세히 훑어보면 스페인 종교재판이 모든 종교 재판 중에서 가장 공평하고 가장 덜 잔인했다.
스페인 종교재판은 자체적인 심판에 의해 거두어지는 벌금과 징수를 통해 자금이 조달되는 구조였기에 약간의 근거 없는 기소들이 가해진 것은 틀림없다. 그런데 그 첫 15년 동안 집행된 사형은 연간 130건에 불과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같은 기간 동안 나머지 서유럽 지역들에서는 약 60,000명의 마녀와 이교도를 학살한 것으로 보인다. 헨리8세는 37년의 재위 기간 동안 신앙이나 이단의 사유로 사형을 시킨 이들 외에도 수만 건의 일반적 사형을 실시했다.
- <스페인 종교재판의 검은 전설> 중에서
[감상]
아라곤 왕국의 페르디난드 2세와 카스티야 왕국의 이사벨라 1세 부부는 카스티야와 아라곤 지역에 거주하는 유태인과 아랍인에게 그들의 종교를 버리고 천주교를 믿으라고 명령했고, 거짓으로 천주교로 개종한 뒤에 몰래 원래의 종교를 섬기는 이들을 처단하기 위해 종교재판소를 설립했다. 그리고 토마스 데 토르케마다는 여왕 부부의 고해성사 신부이자 1대 종교재판소장으로, 그의 임기 중에 2천 명이 참수되거나 화형에 처해졌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광신도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스페인 종교재판소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미스터리 세계사>는 토르케마다가 "모든 수감자들에게 청결, 양질의 음식, 탈복 등의 시스템을 유지할 것을 고집했고 여성 수감자들에 대해서도 상당한 수준의 보호를 제공해서 그들이 간수나 다른 수감자들로부터 반갑지 않은 관심을 받지 않도록 보호했다"고 말한다. 또한 그가 "이단자들은 집요하게 박해했지만 공평한 사람이었으며, 재판도 증빙이 갖춰진 채 반드시 공평을 기하도록 했다"고 적고 있다.
심지어 스페인이 '종교재판소'의 후발주자였다고 쓰고 있다. (다른 책에는 스페인의 종교법정 설립 이후, 전 유럽으로 종교법정이 확산되었다고 되어 있다.)
<미스터리 세계사>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 중 일부는 잘못된 사실이며 권력가들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잔 다르크는 프랑스가 만들어 낸 허구적인 인물이고 바토리 부인은 그녀의 돈을 노린 남자들의 희생양이었으며 동방견문록은 허풍에 불과하다.
아즈텍인들과 잉카인들이 스페인 침공군들을 신으로 착각하고 금을 퍼부어 주었다는 이야기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이러한 이야기는 자신들의 만행을 덮기 위해 스페인 역사가들이 지어낸 것이라고 적고 있다.
책은 피라미드의 제작과 관련된 수수께끼, 모차르트와 클레오파트라의 죽음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미스터리 세계사>는 여러모로 참 흥미로운 책이었다. 단지 역사란 해석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믿기 보다는 이런 견해도 있다고 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