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소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 데이비드 발다치

slow slow 2021. 8. 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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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나는 에이머스 데커다. 마흔두 살인데 열 살은 더 들어보인다. 한때 형사였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나는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다. 아무것도 잊지 못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감각 신경의 통로들이 교차했는지 숫자와 색깔이 연결됐고 시간도 그림처럼 눈에 보인다. 색깔들이 불쑥불쑥 생각속으로 끼어든다. 나 같은 사람들을 '공감각자'라고 부른다. 나는 숫자와 색깔을 연결지어 생각하고 시간을 본다. 사람이나 사물을 색깔로 인식한다.

공감각자들은 상당수 자폐증이나 아스퍼거증후군 환자이기도 하다. 나는 아니지만. 하지만 누군가 내 몸을 건드리는 건 싫어한다. 그리고 농담은 취급하지 않는다. 아마도 웃을 의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에이머스 데커는 살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뀔만한 사건을 두 번 겪었다. 하나는 미식축구 중에 뇌를 다쳐 과잉기억증후군을 갖게 된 것이고 또 하나는 누군가가 그의 집에 들이닥쳐 아내와 딸, 처남을 살해한 사건이다.

과잉기억증후군은 형사로서의 데커에게는 꽤 쓸모있는 장점이었다. 뛰어난 기억력으로 검거율 최고의 형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내와 딸이 살해된 후, 그 증상은 저주가 되고 말았다. 그의 뇌는 데커가 가족들의 마지막 모습을 잊도록 두지 않을 것이었고, 당시 그가 느꼈던 분노와 황망함 역시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바로 어제 일처럼 느낄 수 있도록 고스란히 저장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범인은 끝내 잡지 못 했다. 그리고 수사가 어영부영해질때쯤 데커는 결국 경찰을 그만두고 나와 노숙자 생활을 전전했다. 범죄현장이 된 집은 차마 돌아갈 수 없었고 팔려고 해도 사는 사람이 없어 방치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 최근 데커가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여인숙에 예전 동료인 메리 랭커스터가 나타났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의 가족을 살해한 진범이 자수를 했다는 것이었다. 이름은 세바스찬 레오폴드. 살인의 동기는 데커가 자신을 무시했기때문이라고 했는데 데커는 기억나는 일이 전혀 없었다.

데커는 일단 레오폴드를 한 번 만나볼 생각으로 경찰서를 찾았다. 그런데 그즈음 인근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다른 총기 난사 사건때와는 달리 범인은 자살하지 않고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는 범인이 또 사건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었고 그때문에 경찰이나 시민 모두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데커는 서장의 요청으로 자문으로 수사에 합류하기로 했다. 그런데 시체들 몸에서 발견된 총알을 분석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살인무기가 바로 데커의 아내를 살해할 때 쓰인 총과 같은 것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두 사건 사이에는 약 일 년 반이라는 시간차가 존재했다. 데커는 이게 무슨 뜻인지 이해해야했다.

[감상]


범인이 한 짓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것들이었지만 끝까지 범인을 진실로 대한 사람이 없었다는 점만은 너무 안타깝다. 그 중 한 명만이라도 진실로 범인을 대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아주 조금은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수도 있었을텐데 부모라는 사람들마저 범인을 그런 식으로 대했으니 분노가 차곡차곡 쌓여갔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싶다.

그런 식으로 자식을 대해놓고 자식을 괴물로 취급하고 본인들의 목숨을 노릴까봐 두려워서 이사를 가다니... 데커의 말대로 그 많은 죽음 중에 몇몇은 분명 자업자득이었다. 범인의 입장에서는 '정의'였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범인에게 어떤 상징을 떠올린다는 이유로 희생이 되고 말았으니 너무 억울한 죽음들이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지저분하고, 추악한 인간들이 너무 많이 등장하는 책이었고 소재 또한 <괴물이라 불린 남자>나 <진실에 갇힌 남자>보다 더 강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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