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소설

둠즈데이북 - 코니 윌리스

slow slow 2020. 8. 30. 20:26
반응형

2054년 바이러스 vs 중세 청색병(페스트)

 

 

 


[내용]

 

2054년 현재.

 

브레이스노즈 칼리지의 역사학도 키브린은 1320년대 잉글랜드로의 시간 여행을 코앞에 두고 있다. 지난 3년 간 키브린은 중세 영어와 매너를 배웠고, 당시의 의상, 머리 스타일 심지어 손톱 상태까지 연구해 그에 맞는 외양을 갖추려고 노력했으며, 각종 질병에 대비한 면역 강화 접종까지 했다.

 

사실 1320년대는 위험등급 10인 시대로, 학과장이 있었다면 절대 시간 여행을 허락하지 않았을 시기였다. 강간, 폭행에 질병까지 위험요소가 너무 많은데다, 마녀 사냥과 같은 사회 분위기를 고려할 때 여자 혼자 갈 만한 곳은 절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학과장이 휴가를 떠난 동안, 학과장 대리를 맡은 중세사 전공 교수 길크리스트가 1320년대의 위험등급을 6으로 조정한 뒤 키브린의 시간 여행을 허락한 것이다.

 

이에 평소 키브린을 많이 아꼈던 던워디 교수는 길크리스트 교수가 못 미더워  일류 기술자인 바드리를 보내 시간 편차, 변수 점검, 그리고, 동조 작업(키브린이 다시 현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키브린이 간 시간과 장소를 알아내는 작업) 등을 맡긴다.

 

그런데 키브린이 중세로 떠난 뒤, 바드리는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던워디 교수에게 보고하기도 전에 고열로 쓰러지고 마는데 알고보니 그는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후 바드리와 접촉한 사람들이 추가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병원에 실려오고, 도시 전체가 격리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한편 키브린은 마침내 중세 잉글랜드에 도착했다. 하지만 끔찍한 두통과 오한으로 제대로 일어설 수 조차 없었는데 그 때 누군가가 다가와 반쯤 정신을 잃은 그녀를 말에 태워서 마을로 데려갔고 키브린은 그때부터 기욤 디베리 경의 가족들이 사는 집에 머물게 된다.

 

키브린은 크리스마스를 지낼 때까지도 자신은 1320년대에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시간 편차가 있다 하더라도 고작해야 몇 시간일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욤 경의 집을 방문한 사제들이 일행을 내버려둔 채 바삐 떠나고, 그 남은 사제가 이상한 증세를 보이자 그녀는 설마하며 신부님에게 올해 연도를 묻는다.

 

[감상]

 

본격적인 시간 여행에 앞서 키브린은 자신의 중세 관찰 기록물에 '둠즈데이북(Domesday Book)' 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둠즈데이북'은 윌리엄 1세가 잉글랜드의 토지 조사와 조세 징수를 목적으로, 1086년 토지의 경작 면적, 토지의 가격, 소유자 이름, 노예와 자유민 수를 기록했던 책이라고 한다. 둠즈데이북은 오늘날 중세 잉글랜드의 사회 상을 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책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키브린도 자신의 기록물이 그렇게 되길 바라며 같은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책의 제목인 둠즈데이북(Doomsday Book)의 '둠즈데이'는 사전을 찾아보니 '최후의 심판의 날'이라고 되어있다. 심지어 '둠즈데이북'을 '인류 멸망 보고서'라고 번역한 예도 있다.

 

두 단어의 어원은 모르겠지만 책을 다 읽고나서 두 단어를 보니 뭔가 아이러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말은 새드엔딩이라고 보기에도, 해피엔딩이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새드엔딩이었다고 생각한다. 양쪽 모두에서 너무 많은 희생자가 나와버렸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엄청 재밌고 빨리 읽히는 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