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소설

갈레 씨, 홀로 죽다 - 조르주 심농

slow slow 2021. 9. 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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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프랑스 상세르 지역의 라 루아르 호텔에서 '에밀 갈레'라는 방문 판매 사원이 살해되었다. 발견 당시 시신의 얼굴은 총상으로 반이 날라가 있었고 심장 부근에도 칼에 맞은 듯한 상처가 나 있었다. 이로써 살해무기는 총과 칼로 추정할 수 있었는데 현장에서 발견된 것은 칼뿐이었다.

매그레 반장은 국장과 부국장이 공교롭게도 개인적인 일정으로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이 사건을 맡게 되었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에밀 갈레에게는 몇 가지 석연치않은 점이 있었다.

일단 그는 호텔에 머물며 '클레망'이라는 가명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부인의 말에 따르면 갈레는 '닐'이라는 회사 소속의 방문 판매 사원이었는데 회사에 확인해 본 결과 무려 18년 전에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는 심각한 간질환을 앓고 있었고 생명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는데 직업도 분명치않은 그가 무슨 수로 연간 2만 프랑에 달하는 보험료를 납입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었다.

[감상]


개인적으로 에밀 갈레의 불운은 타이밍과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그가 어떤 선택도 하지 않았다면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라도 후에 유산도 받았을 것이고, 아내의 집안 사람들에게 그렇게까지 무시를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아내의 집안보다 더 나은 집안과 맺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하나뿐인 아들에게서도 무시를 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야비하게 돈을 구걸하는 방식을 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의 주변에 한 명이라도 그를 진심으로 위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랬다면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지는 않았을텐데라는 안타까움이 든다.

매그레 반장 역시 진실을 알고 갈레를 동정하지만 그 진실을 온전히 밝힐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사건이 종결된 뒤 그는 아내에게 "진짜 살인범에 의해 살해된 진짜 죽은 이를 맡았다면 훨씬 좋았을거요."라고 말했는데 그 역시 법과 인간적인 동정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던 것이다.

매그레 시리즈는 지금까지 두 권을 읽었는데 이번 작품은 결말이 꽤 슬프다. 비록 갈레가 바른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해도 갈레의 인생을 흔들어놓은 사람이 갈레를 '사기꾼'이라고 하고, 자신은 증권을 사서 몇 배 비싸게 판 것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너무 씁쓸했다.

과연 갈레의 가족들이 진실을 알았다면 그에 대한 마음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그런 부분이 추가되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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